"Advancing the Art of Simulation in the Social Sciences" by Robert Axelrod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는 social simulation 분야에서는 엄청난 대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쓴 Advancing the Art of Simulation in the Social Sciences 는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소셜 시뮬레이션이 뭔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그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사회과학의 다른 연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셜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replication 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replication 하는 데에 여러 장애물이 있음을 그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replication 이 소홀히 다뤄짐으로 인해, 소셜 시뮬레이션 분야가 더 발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액설로드를 비롯해서 소셜 시뮬레이션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과학행위의 제3의 방식'이라 부른다. 첫번째와 두번째 방식은 귀납과 연역이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사례에 대한 서술의 범위를 넘어서는 추상적 진술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 그러한 추상적 진술(결론)에 도달하는데 있어 지금까지는 크게 귀납과 연역의 두 가지 방식이 사용되어 왔던 것이다. 두 가지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소셜 시뮬레이션은 귀납도 아니고 연역도 아닌, 바꿔 말하면 귀납의 특징과 연역의 특징을 모두 조금씩 가지고 있는 제3의 방식이라는 것이 액설로드의 주장이다. 연역처럼 명백한 전제에서부터 출발하지만 논증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대신 귀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그렇다고 보통의 귀납처럼 실제 세계를 경험적으로 관찰/측정한 데이터를 다루지 않는다. 귀납은 데이터로부터의 패턴의 발견을, 연역은 전제로부터 결론의 도출을 목표로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직관적 통찰을 보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액설로드와 같이 소셜 시뮬레이션의 가능성을 높게 볼지 아닐지는 판단의 문제인 것 같다. 앞선 포스팅에서의 데이터 사이언스처럼, 소셜 시뮬레이션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에 비해 지금의 환경이 크게 달라진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납과 연역에 이은 '제3의 방식'이라는 말은, 약간의 과장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추가로 기억에 남는 것은 '적응적'(adaptive) 행위에 관한 대목이다. 인간이 합리적 행위자라기보다는 적응적 행위자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들에게 언급된 바 있다. 눈에 들어온 부분은 '적응'이 개인적 층위와 전체 인구 집단 층위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다는 대목이다. 개인적 층위에서의 적응은 당연히 학습(learning)을 통해 일어난다. 그리고 전체 인구 집단 층위에서는 환경 또는 여러 조건에 보다 성공적으로 적응한 개인들이 보다 높은 생존 확률을 갖는 것으로 통해 나타난다. 여기서 진화 생물학이 사회과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진화 생물학도 공부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