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Emergence" by Keith Sawyer
Sawyer, K. (2005). "Social Emergence: Societies as Complex Systems". Cambridge University Press.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방학을 틈타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들이었고, 그마저도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많지 않았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기대이하.
경제 경영 이외의 사회과학 분야에 복잡계적 이론과 연구방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래서 기존의 연구들이 어떻게 진행해오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 복잡계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창발현상(emergence)을 기존 연구들에서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의 해결을 위해서는 논문을 직접 읽어야 하지만, 그 전에 사회학자가 쓴 (거의 유일한) 창발현상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시스템 이론의 역사도 짚어보고, 그에 따라 지금의 복잡계 연구는 세 번째 물결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괜찮았다. 근데 갑자기 창발성의 역사로 들어가면서 내용이 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저자는 창발성 또는 창발현상이라는 것이 복잡계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 사회학 분야에서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면서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얘기하기 위해서 창발성의 역사, 심리학에서의 창발성, 사회학에서의 창발성 등을 과학철학까지 동원해가면서 장황하게 얘기하는 바람에 책에 대한 흥미가 땅에 떨어져버렸다.
지금의 많은 복잡계 사회과학 연구들이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메커니즘이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오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냐는 저자의 지적 자체는 귀를 기울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오류의 대표주자(?)로 산타페 연구소를 지목하는 부분에 가서는 뭔가 좀 너무 나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저자는 자연과학자들의 사회과학에 대한 침범(?)으로부터 사회과학 고유의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거의 마지막 부분의 artificial society 를 통한 창발현상의 모델링 부분도 별로 인상적인 내용은 없었다. 차라리 '창발성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사회과학적 고찰'이라고 이름 붙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