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링크" 3부작
평소 EBS의 다큐멘터리 제작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편이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올해 초에 "링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되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보기로 봤다.
결과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제작 의도는 대충 알겠다. 소셜 미디어 등으로 인해서 '연결'은 쉬워졌다는데, 진정한 사람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해보려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대체 과학 다큐인지 휴먼 다큐인지, 장르가 이상하게 섞여서 초점이 흐려진 느낌이었다. 초점이 흐려지니 자연히 내용 전개가 지루해지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대체 무엇인지 잘 와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1편은 멀쩡한 사람들을 펜션에 5박 6일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 가두어두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실험으로 온통 채워졌다. 무슨 올드보이도 아니고... 실험 자체도 지루했거니와, 그 지루한 실험을 소개하는 방식도 상당히 지루했다. 2편에서는 괴상한 드라마와 짬뽕해서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는 듯 했다. 근데 이게 있었던 일의 재연도 아니고, 실험도 아니고... 좀 이상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3편이 가장 나았지만, 이것도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크리스타키스(사진)나 바라바시, 클레이 셔키 등 네트워크 이론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인터뷰 해놓고서도 저렇게밖에 못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네트워크, 링크 등의 키워드가 각광받은 것은 사실 꽤 오래된 일이다. 최근의 마케팅에서는 소셜미디어를 다루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뭔가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말 그대로 느낌이라서, 구체적으로 뭘 건드리지 못하는지는 아직 말하지 못한다. 어쨌든... 어차피 다큐멘터리에서 뭔가 대단한 학술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도 별로 재미있는 다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차라리 예전 한국에서 강의할 때 보조자료로 썼던 "케빈 베이컨도 놀란 네트워크 과학"이 훨씬 잘 만들어진 다큐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