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부

스마트하지 않은 사람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

下學上達 2012. 1. 11. 06:10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짧은 논문을 읽었다. 제목 일부를 그대로 옮기자면, "Uninformed individuals promote democratic consensus..." 란다. 과학이 반드시 상식과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요새 논문 제목을 섹시하게 다는 것이 유행이라지만, 그래도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민주사회의 근간이 informed public 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고 노무현 대통령도 "깨어 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 역설한 바 있다. 그런데 uninformed 한 개인이 민주주의적 합의 도출에 도움이 된다고?

일단 논문에서는 민주주의적 합의를 다수결이라 전제한다. 그런데 집단 가운데 숫자로는 소수이지만 굉장히 극렬하고 비타협적인 개인들이 섞여 있을 경우, 그들이 민주주의적 합의 도출에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의견에 극렬한 소수가 끝까지 반대할 경우, 결국에는 그들 소수의 의견이 다수결을 통한 합의 도출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때 사회에 uninformed individual 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지가 이 논문의 연구 주제이다. A라는 의견이 다수 의견이고 B라는 의견이 소수 의견일 때,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A 또는 B 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비타협적 소수의견인 B가 점점 세력을 키워가게 된다. 그런데 그 중간에 일종의 부동층인 uninformed individual 이 섞여 있다면, B가 세력을 키워나가는 것을 억제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uninformed individual 이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뭐, 사이언스에 실렸으니까 그 과학적 권위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수결을 통한 의견이 민주주의적 의견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단순한 가정이다. 특히 실험이 매우 독특하다. 물고기를 훈련시킨 다음에 그들 사이에서의 의사결정을 보는 방식이었다. 내가 생물학을 잘 몰라서 그렇게 훈련시키는 것을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 물고기가 따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선뜻 동의가 안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모든 사회가 A 또는 B로 자신의 의견을 대충이나마 결정한 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민주-공화 양당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정치적 지지를 결정하고 사는 미국 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선거에서 40% 안팎의 사람들이 소위 '부동층'인 우리 사회는 선거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절차가 매우 역동적이다. 역동성과 민주주의를 등치시킬 수는 없지만,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역동적인 사회가 더 나을 것 같다.

또 2011년일 기점으로 하여 바야흐로 '스마트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 논문과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잘 정의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고 스마트 미디어가 반드시 스마트 군중을 만드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2012년 대한민국이라는 특정 맥락 속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여간 재밌는 논문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