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인간, 복잡한 사회

"The End of Theory" by Chris Anderson 본문

내 공부

"The End of Theory" by Chris Anderson

下學上達 2012. 6. 25. 14:14

크리스 앤더슨은 이른바 '롱테일'(long tail)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분이다. 이 분이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Wired 지에 쓴 "The End of Theory"란 글을 보게 됐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과학적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해서 이론이나 가설, 모형 등은 이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구글 등을 통해 테라바이트(Terabyte) 급의 방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된 상황에서는, 과학자의 머리 속에서나 존재하는 모형이나 이론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대신 방대한 자료를 잘 다룰 수 있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 그 데이터를 잘 만지작거리기만 하면, 데이터가 알아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패턴을 찾아줄 것이라는 얘기다. 그 패턴이 곧 이론이고, 곧 과학적 지식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와 닿는 것은 "'우리는 왜 이 웹페이지가 저 웹페이지보다 좋은지 모른다'는 것이 구글의 창립 철학이다"라는 문장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구글은 링크가 많이 걸린 페이지를 검색 결과의 맨 위에 올려놓는다. 즉 주어진 검색어에 대해 많은 링크가 걸린 페이지가 그렇지 않은 페이지보다 더 좋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해당 페이지의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주어진 검색어에 대한 좋은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같은 방식을 통해, 구글은 아주 적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수 언어를 알지 못함에도 구글 번역기를 통해 번역을 할 수 있으며, 생물학자는 어떤 생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도 그 생물의 존재를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은 사실 지금까지의 과학 행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주장이다. 얼마 전에 data-driven social science 라는 컨퍼런스가 UC Berkeley Information School 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지만, 이제 사회과학에도 소위 '데이터 혁명'이 일어나는 중인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을 규명한다는 사회과학의 기본 질문이,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통계적, 응용수학적 분석을 통해 가능한 것인가? 아직 답은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꽤나 매력적인 주장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