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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인간, 복잡한 사회
학위논문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 동안 단순하게 넘기고 피상적으로 이해해왔던 이슈들을 명료하게 설명해야 하는 작업에 직면하게 됐다. 그 중 하나가 '비선형'의 문제이다. 사회과학계에서 많이 해오고 있는 linear regression 류의 모델링은 말 그대로 '선형적'이다. 내가 품고 있는 의심은, 그러한 모델링 방식이 반드시 선형적이어야 하는 필연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처리하기 쉽기 때문에 그냥 선형적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그렇다면, 모델이 비선형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없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그리고 처리 가능하다면, 비선형 모델을 만들지 말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겠다. 오늘 책을 읽다가 이런 이..
구독하는 메일링 가운데 SIMSOC 이란 메일링이 있다. social simulation 관련된 내용들이나 컨퍼런스 정보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최근 메일링에서 약간의 논쟁 비슷한게 있었다. 해당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Bruce Edmonds 란 분이 있는데, 그 분이 누군가의 메일링에 약간의 짜증(?)을 내면서 '모델링이란 원래 이러저러해야 하는데, 요새 논문들은 그렇게 잘 쓰여진 논문들이 많이 없어' 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에 대해 또 다른 분이 반박을 한 내용인데, 그것이 모델링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내용들을 건드리고 있어서 잠시 소개한다. (Bruce Edmonds 의 메일 중 일부)“Summarising the argument: modelling something involves..
Conover, M. D., Davis, C., Ferrara, E., McKelvey, K., Menczer, F., & Flammini, A. (2013). The Geospatial Characteristics of a Social Movement Communication Network. PLoS ONE, 8(3), e55957. doi:10.1371/journal.pone.0055957.t001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이용해서 수행할 수 있는 사회과학 연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연구인 것 같다. 저자들은 Indiana University 의 Center for Complex Networks and Systems Research 소속인데, 이 연구소는 복잡계와 네트워크 과학 분야에서 굉장히 유명..
사회과학이란 것 역시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에 모든 사회과학도들은 어떻다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뭉뚱그려지는 특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편의상, 일단 선형적 인과 모형을 주로 사용하는 사회과학도들을 전제하고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통계 기술적으로는 linear regression 적인 기술을 주로 사용하며, 'Y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 같은 형태의 연구문제들을 주로 다루는 것 말이다(나도 포함된다). 행위자 기반 모형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다가오는 어색함은, 기존에 배워왔던 선형적 인과 모형과 근본적으로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시스템(system)이 아닌가 한다. 이 시스템의 개념을 이해하면..
Frederick, R. (2013). Agents of influen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10(10), 3703-3705. PNAS 최근호에 실린 Agent-Based Modeling 에 대한 짤막한 글.사실 뭔가 새롭고 눈에 띄는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그게 더 눈길을 끌었다. 소개된 사례가운데 한 두 가지가 못 들어본 것일 뿐,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미 이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내용이다. 그렇게 친숙해온지가 벌써 10여년이 된 것 같은데, 2013년이 된 지금도 같은 내용이 주요 학술지에 소개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ABM에 대한..
Xia, H., Wang, H., & Xuan, Z. (2011). Opinion Dynamics: A Multidisciplinary Review and Perspective on Future Research. International Journal of Knowledge and Systems Science, 2(4), 72-91. Opinion Dynamics 분야를 정리해놓은 최근 논문 가운데는 가장 잘 정리된 논문이 아닌가 싶다. Opinion Dynamics 라는 분야가 기본적으로 여러 학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때, 어떤 분야의 어떤 연구들이 Opinion Dynamics 의 효시라고 볼 수 있는지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이어서 voter model, cultural dissemina..
Steadman, Ian(2013). Big data and the death of the theorist. Wired. 빅데이터 또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관련된 기사들은 제목이 참 자극적인 경향이 있다^^ 최근에 본 기사도 과거에 봤던 "이론의 종말"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아직은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서 뭔가를 안다고 할 수는 없는 처지이지만, 나는 많은 양의 데이터와 그것을 분석/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과학적 탐구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믿는 편이다. 링크한 기사에 보면, 정치학자들이 정치현상을 연구할 때 대학원생들을 시켜서 뉴욕 타임스 기사를 살펴보게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 이 모습은 지금도 언론학 분야에서 (그것도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고작..
Data-driven science is a failure of imagination 제목이 아주 도발적이다. 요새 '빅데이터'가 유행인데, 그런 흐름을 전혀 과학과는 상관없다고 단언해버린다. '큰' 규모의 데이터를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큰 장난감을 원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심리라는 것이다. 데이터의 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과학적 성과가 더 잘 나오는 것도 아니며, 과학의 발전은 데이터와 이론, 양쪽 모두의 발달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말 자체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데이터도 결국 관찰의 결과일 뿐인데, 관찰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보다 강력한 법칙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한된 인간의 인지능력이 더 많은 관찰로 보충되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통계적 규칙성을 ..
모델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이 과학적 지식의 획득이라고 했을 때, 과연 그 지식이란 것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식이란게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언어 활동의 일부이다. 즉 지식도 곧 말, 구체적으로 말해 '명제'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명제는 "무엇이 어떻다"의 형식을 갖는다. 즉 어떤 상태나 행위의 주체인 주어와, 그 주어가 갖는 상태 또는 주어의 행위를 나타내는 서술어의 조합으로 명제는 이루어진다. 여기에 부사, 형용사 등 주어와 서술어를 꾸며주는 수식어가 첨가되거나, 두 개 이상의 명제가 연결되거나, 주어와 서술어 중 하나가 생략되거나 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명제의 형식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 특정한 내용을 갖는 명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를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