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인간, 복잡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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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부

"Mathematics Matters" by Olof Backman and Christofer Edling

下學上達 2012. 7. 5. 05:36

Backman, O. & Edling, C. (1999). Mathematics matters: On the absence of mathematical models in quantitative sociology. Acta Sociologica, 42(1), 69-78.


"문제는, 우리가 횡단적 분석(cross-sectional analysis)을 할 때에는 연구 대상 현상이 반드시 평형 상태(steady state)에 있다고 가정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가정은 정말 강력한(무리한) 가정인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 현상 가운데 그렇게 평형 상태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p.71)


내가 공부하는 신문방송학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과학에서는 소위 통계적 기법을 통해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변인들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모형을 이론적으로 만든 후, 현실세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그 모형과 인과 경로의 통계적 접합성을 검증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많은 지식이 생산되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접근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횡단적 분석'이란 말 그대로 시간의 흐름을 염두에 두지 않고 특정 시점에, 마치 긴 오이를 가로로 잘라서 단면을 살펴보듯이, 대상 현상을 구성하는 변인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접근법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법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대상 현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대상 현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와중이라면, 측정 시점이 변화의 시작인지 끝인지, 변화의 양상이 선형인지 비선형인지, 평형 상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인지 등에 따라 인과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량적 사회학자(넓게 보면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이 포함되겠다)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통계적 기법을 사용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내가 보기에는 매우 통렬한 지적이다. 사실 언론학 이외의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려고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그런 제한적인 접근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답은 명확히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수학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평형상태(steady state)에 관한 내용이었다. 평형상태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안정적(stable) 평형상태와 불안정적(unstable) 평형상태이다. 두 가지 평형상태 모두 외부 충격이 없을 때에는 시간이 흘러도 원래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일정한 충격을 가했을 때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면 안정적 평형상태이고, 조그만 충격을 가해도 원래 상태로부터 벗어나 다른 상태로 변해간다면 불안정적 평형상태이다. 골짜기에 놓여진 바위와 산꼭대기에 놓여진 바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사회가 산꼭대기에 놓여진 바위와 같은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외부로부터 아무런 충격이 없다면 사회는 계속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그 시점에 사회를 구성하는 변인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접근법은 나름의 설명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인용구에서 지적하듯이, 사회에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언제나 끊임없는 변화 와중에 있으며, 일시적으로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불안정적 평형상태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얼마든지 다른 상태로 변해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시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접근법은 높은 설명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수학적 모델링이 이러한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세부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나도 더 배워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