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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인간, 복잡한 사회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짧은 논문을 읽었다. 제목 일부를 그대로 옮기자면, "Uninformed individuals promote democratic consensus..." 란다. 과학이 반드시 상식과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요새 논문 제목을 섹시하게 다는 것이 유행이라지만, 그래도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민주사회의 근간이 informed public 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고 노무현 대통령도 "깨어 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 역설한 바 있다. 그런데 uninformed 한 개인이 민주주의적 합의 도출에 도움이 된다고? 일단 논문에서는 민주주의적 합의를 다수결이라 전제한다. 그런데 집단 가운데 숫자로는 소수이지만 굉장히 극렬하고 비타협적인 개인들이 섞여 있을 경..
한국인 같은 비영어권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언어 문제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번역기들이 개발되었지만, 번역의 정확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한다. 이것을 위키피디아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이트가 소개되고 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외국어 학습자들의 수준에 맞게 각종 영어 문장들을 조금씩 번역(그들에게는 공부)하게 하고 그 결과물들을 모아서 전체 문서가 번역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발표자는 이용자가 인터넷 사이트 가입할 때 자동 가입을 막기 위해 문자를 넣는 절차를 고안한 사람이라고 한다.
hani TV의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54회를 보면, 김어준 총수가 나는 꼼수다 팀과 함께 뉴욕의 Occupy Wall Street(이하 OWS) 을 방문했던 얘기가 잠깐 나온다. 그것을 한국의 촛불집회 사례와 비교하면서, 자연 발생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성격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과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 것 사이의 역설에 관해 언급된다. 처음 시작은 자연 발생적이고 아마추어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 운동이 그렇게도 큰 폭발력을 가진 원인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뭔가 조직이나 리더가 개입되면 운동을 보다 조직적이고 프로페셔널 하게 끌고 갈 수 있지만, 반면 폭발력이나 자발성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연히 어떤 칼럼을 읽다가 이 생각이 났다. 콜럼비아 대학 사회학과에서 야후 리서치로 자리를 옮긴 던컨 ..
인터넷과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뿌리 깊은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워낙 많길래, 대체 어떤 드라마인가 해서 몇 편을 보는 중이다. 대부분의 사극이 다 재미있지만, 특히 정치적 문제를 다룬 사극은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조선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이 꿈꿨던 국가상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져서 흥미로웠다.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조선의 역사는 정도전의 바람대로 왕권과 신권 사이의 조화와 견제를 중심축으로 하여 흘러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나는 동양 철학, 동양 사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심도있게 공부했거나 한 건 아니지만, 뭔가 동양적인 사고 방식이나 세계관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것이 21세기 우리 사회를 지탱해줄 좋은 자양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
출처: 한국교육학회 뉴스레터 260호(2009.9) 이화여대 오욱환 인생은 너무나 많은 우연들이 필연적인 조건으로 작용함으로써 다양해집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전공분야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을 겁니다. 전공이 같았던 동년배 학우들이 각기 다른 진로를 선택함으로써 흩어진 경험도 했을 겁니다. 같은 전공으로 함께 대학원에 진학했는데도 전공 내 하위영역에 따라, 그리고 지도교수의 성향과 영향력에 따라 상당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저는 한국교육학회나 분과학회에 정회원으로 또는 준회원으로 가입한 젊은 학자들에게 학자로서의 삶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합니다. 이 조언은 철칙도 아니고 금언도 아닙니다. 학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
[우석훈의 시민운동 몇 어찌](34) ‘나꼼수’ 김어준이 진짜 무서운 이유 위 칼럼을 보고 느낀 점 1) 새삼스럽지만, 우석훈씨는 말발보다는 글발이 더 좋은 것 같다. 2) '프레임 전쟁'이라는 것이 언론학에서도 꽤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아직도 프레임 타령만 하는 사람도 많다). 그 다음이 뭔지에 대해 좀 깜깜했었는데, 우석훈씨의 '스타일'이라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복잡계와의 관련성도 그 '스타일'이라는 것이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3) 나도 옛날 스타일인가....?
"자기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물음과 함께 나오는 질문이 바로 요거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김 총수는 간단하게 말한다. 성공의 90%는 운이라고. 성공의 10%가 능력인데, 능력은 운이 올 때까지 버티는 거라고. 사람들은 자신을 갑자기 성공시켜주는 마법같은 일을 기다리지만, 그런 건 동화에나 있는 일이라고 따끔하게 이야기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 세계 유명인들을 통계 내봤더니, 35살 전까지 서로 연관이 없는 직업들을 엄청나게 많이 가졌었다. 뭐가 자기에게 맞는지 모르니까 이 일, 저 일을 해본 거다. 해보다가 잘 안맞으면 다른 걸 하고, 또 무슨 일을 배우다가 더 땡기는게 있으면 또 다른 걸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주변 자연환경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달라질 것이다. 거친 바다와 싸우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바다가 친구이자 두려움이기 때문에, 기술이나 세계관이 바다의 작동 방식에 맞춰 발달해 왔을 것이다. 사막, 극지방, 산악 지대 등도 비슷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도구(미디어)를 쓰는지에 따라 사고방식이나 사고체계가 달라진다는 마샬 맥루한(Marshal McLuhan)의 이야기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소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어떤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게임적 세계관"이라 부르고 싶다. 여러 디지털 미디어(또는 서비스)중에서 굳이 게임인 이유는, 따지고보면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
"그러나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연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사를 통해 한 가지와 다른 한 가지 사이의 ‘상관 관계’를 찾는다. 예를 들어 빈곤과 범죄율, 교육과 소득 사이의 상관 관계를 찾는다. 연결 고리를 찾으면, 그들은 하나가 다른 것을 ‘설명’했다고 말한다. 왜 도심 지역의 범죄율이 높은가? 간단하다. 도심의 빈곤이 심하기 때문이고, 두 가지는 같이 간다. 여기에는 잘못이 없고, 두 사건의 상관 관계 또는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연구는 대개 여기에서 끝나 버린다. 사람들의 활동이 왜 그런 패턴을 만드는지 자세히 탐구하지 않고, 기본적인 인과의 메커니즘을 살펴보지 않는다. 빈곤은 개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빈곤은..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2010). "사회적 원자". 사이언스북스. 마크 뷰캐넌이란 사람은 '네이쳐'지의 편집장을 역임할 정도로 자연과학계에서는 유명한 사람인 모양이다. 당연히 나는 그의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 그런데 나에게 마크 뷰캐넌은 대단한 충격을 준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의 다른 책이었던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원제 : Ubiquity)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라바시의 "링크"(원제 : Linked)를 읽고 대단한 흥미가 생겨서 인터넷 서점에서 그와 비슷하다고 추천한 책들을 마구 읽어댔던 시절이 있었다. 적지 않은 내용이 비슷해서 흥미가 있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을 때 만났던 책이 마크 뷰캐넌의 책들이었다. 특히 "세상은..